처음 부동산 계약을 하러 갔을 때, 중개사님이 내민 서류를 보고 머리가 하얘졌던 기억이 납니다.
한자어와 복잡한 숫자들이 빼곡해서 마치 외계어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내 피 같은 투자금과 보증금을 지키려면 이 서류와 무조건 친해져야만 했습니다.
겁먹고 피하기만 하다가, 막상 형광펜을 들고 세 부분으로 쪼개서 읽어보니 생각보다 원리가 단순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부린이 시절 등기부등본을 보며 가장 먼저 확인했던 현실적인 권리 분석 순서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표제부, 갑구, 을구 세 가지만 기억하기
등기부등본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증과 건강검진 결과지가 합쳐진 중요한 서류입니다.
크게 표제부, 갑구, 을구라는 세 가지 덩어리로 큼직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제가 서류를 떼어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체크하는 직관적인 기준들을 아래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표제부는 주소와 면적이 내가 알고 있는 매물 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갑구는 집주인 이름이 지금 계약하려는 사람의 신분증과 똑같은지 대조합니다.
갑구에 가압류나 경매 같은 무서운 단어가 적혀 있다면 무조건 계약을 피합니다.
을구는 은행에 빚(근저당)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이렇게 딱 세 가지 구역의 역할만 정확히 알아도 사기를 당할 확률을 확 줄일 수 있습니다.
말소기준권리 찾고 내 자산 안전하게 지키기
권리 분석이라는 말이 거창해 보이지만, 핵심은 내 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것입니다.
갑구에는 소유권에 관련된 모든 역사가 시간 순서대로 적혀 있습니다.
과거에 집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그 집의 이력을 파악하는 데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을구를 볼 때는 '채권최고액'이라는 단어를 꼭 주의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보통 은행에서 빌린 원금보다 120% 정도 높게 설정해 두기 때문에 실제 빚보다 숫자가 더 크게 적혀 있습니다.
저는 을구에 적힌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을 합친 돈이 집값의 70%를 넘어가면 아무리 집이 좋아도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엔 이런 계산 과정이 너무 어려웠는데, 그냥 '나보다 먼저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쉬웠습니다.
인터넷 등기소 앱을 스마트폰에 깔아두고 관심 있는 집의 서류를 직접 700원 내고 떼어보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처음엔 700원이 아까웠지만, 몇 번 직접 떼어보니 서류를 읽는 눈이 트이고 묘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오늘 퇴근길에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등기부등본을 직접 한 번 발급받아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말 산책하듯 가볍게 다녀오는 '부담 없는 동네 임장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